개체와 환경 : 구분, 경계, 정체성

2013. 4. 23. 08:00푸른복지/복지와 인문사회

체계1란 무엇일까요?

체계란 개체라는 하위체계와 환경이라는 하위체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쉽게 도식화 한다면 

체계 = 개체(하위체계) + 환경(하위체계) 


개체 또한 체계입니다. 

다만 어떤 체계의 하위체계를 지칭할 때는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개체라 표현할 뿐

개체든, 체계든 모두 체계입니다.  


따라서 모든 개체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모든 체계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둘 다 맞는 설명입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체계의 특성은  

개체의 특성으로도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


체계를 단순화하면 다음 그림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A라는 체계는 자신의 바깥 즉 환경과 구별될 때 비로소 체계가 됩니다. 


체계가 정체성을 구축한다는 의미는 

환경과 구별되는 점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환경과 동일한 것에서는 정체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회색 그림입니다. 

회색을 환경이라 가정하고 회색 환경에서 별도 체계를 찾아보십시오. 



찾을 수 있을까요?

찾을 수 없습니다. 

모두 환경과 같은 회색이므로 별도로 구분할 수 있는 체계는 없습니다. 


따라서 회색 그림 범위 안에서는

체계가 없습니다. 


결국 체계(또는 하위체계로서의 개체)와 환경이란 상대적 개념입니다. 

체계가 있어야 환경이 있는 셈이고, 환경이 있어야 체계가 있는 셈입니다. 

환경 없는 체계란 없으며, 체계 없는 환경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체계이고, 어디서부터 환경일까요? 

체계를 한정짓고 환경과 구분짓는 선이 '경계'입니다. 


    


모든 체계는 경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계의 성질이 다를수는 있어도 경계가 없을 수 없습니다. 
경계 안쪽은 체계요, 바깥은 환경입니다.

#


그런데 체계와 환경이 상대적 개념이라면,

체계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경계 또한 달라집니다. 


물론 세포, 인간, 기계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물리적 체계의 경우에는 

그 경계가 비교적 명확합니다. 

인간은 보통 피부를 경계로 구분하듯 말입니다. 


하지만 경계가 모호한 경우에는 어떨까요?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매우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자아를 좁게 설정합니다. (나는 나다.)
하지만 어떤 이는 타인을 포함하여 자아를 설정하기도 합니다. (나는 너고, 너는 나다.)
어떤 이는 이 우주를 자아로 설정하기도 합니다. (나는 우주고, 우주가 곧 나다.)

인간의 자아 개념도 사람마다 다르게 설정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경계도 달라집니다. 

다른 예로 당신과 직접 관계하는 생태체계는 어디까지입니까 물으면 이 또한 다양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대면하는 관계로 설정하여 대답할 것이고, 
누군가는 온라인 관계도 포함하여 대답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한 번 만난 사람까지 포함할 것이고, 
누군가는 세 번 이상 만난 사람까지만 포함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식사를 함께 하는 관계로만 한정할 것이고, 
누군가는 이와 다르게 한정할 것입니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이 설정 또한 변할 것입니다. 
어느 때는 이런 기준을 따랐다가, 어느 때는 저런 기준을 따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겠습니까?

#

경계를 설정한다는 것은 
정체성을 세운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사람이라면 자신의 정체성은 본인이 주체로 세워야 마땅합니다. 
자신이 관계 맺고 살아갈 환경 또한 자신이 주체가 되어 설정하고 살아야 마땅합니다. 

체계와 환경을 구분하여 경계를 설정하는 것.
이로써 정체성을 세우고 자신이 살아갈 환경을 규정하는 것.
이는 옳고 그름을 떠나 본인의 주도로 이루어야 합니다. 

사회사업가가 일방적으로 여기까지는 개인이고, 
여기까지는 환경이라 구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사회사업가의 판단이 더 객관적이라는 근거도 없습니다.

게다가 객관적 개인과 실제적 환경을 아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필수 요소도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은 자신이 인식하여 만든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2 

그러므로 사회사업가로서 판단한 자신의 개념을 조언할 수는 있어도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본인의 몫이어야 합니다. 

당사자의 경계를 허물고 그 안에 들어갈 권리는
사회사업가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345




  1. system [본문으로]
  2. 이는 지난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http://blog.daum.net/welblog/408 [본문으로]
  3. 참조) 쉽게 읽는 루만, 마르고트 베르크하우스, 한울 [본문으로]
  4. 참조) 앎의나무, 움베르또 마뚜라나, 프란시스코 바렐라, 갈무리 [본문으로]
  5. 참조) 시스템학, 박창근, 범양사출판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