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9. 21:19ㆍ푸른복지/복지와 경제
출연: '양원석의 초보경제읽기' 저자 양원석
사회자 : 월급은 몇 년 동안 올랐지만, 삶은 더 팍팍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왜 소득은 많이 올랐는데, 우리의 삶은 크게 좋아진 것 같지 않을까요? 오늘은 물가상승과 실업, 그리고 소득이 돈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우리는 월급을 많이 주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직원의 월급이 매년 오르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한 부분만 이야기한 것입니다.
하나 하나 풀어볼까요? 구직자의 임금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가 오르게 됩니다. 기업의 생산비가 오른다는 이야기는 동일한 자본을 투입했을 때 그만큼 적은 양을 생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100만원으로 100개 생산했는데, 인건비가 오르면, 100만원으로 50개밖에 생산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산량이 줄어들면 이는 결국 물가 상승으로 연결됩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이 단계까지만 보고 매년 임금이 높아져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 단계까지만 따로 떼어 보면 구직자의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 것은 맞습니다.
사회자 : 하지만 가격이 계속 상승하여 가격이 점점 높아진다면 결국 사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지속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예. 말씀하신대로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특히 시장이 작동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즉, 물건이 비싸지면 그만큼 사려는 사람이 줄겠지요. 그러면 수요가 줄기 때문에 결국 많이 팔지 못하겠지요? 그러면 이는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집니다. 결국 돈을 별로 못 번 회사는 고용을 줄이게 됩니다. 돈을 벌어야 고용하는데, 돈을 못 벌면 고용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결국 이 과정을 통해 실업이 늘어나면 구직자의 임금이 다시 하락하겠지요. 경제가 어려우니 좀 적게 받더라도 일자리를 구해야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지요. 결국 이는 다시 기업의 생산비용이 낮아지는 셈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다시 물가는 하락하게 됩니다.
아까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으로 물가상승이 일어난다고 했지만, 이는 시장 기능이 작용하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으로 조정이 되는 과정 중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시장이 작동하는 한에서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그것도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결국 일부분만 확대해서 본 것일 수 있습니다.
시장이란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시간은 좀 걸리지만, 공급과 수요가 만나면서 균형점을 찾게 되어있는 것이지요.
사회자 : 그렇다면 시장이 이렇게 자율 조절 기능이 있는데, 지속적인 물가 상승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요?
여기에서 실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중요해집니다. 즉 실업이란 한 분야로 편중되거나 과도하게 쏠려있던 무게 중심을 되돌리는 기능이 있는 것이지요. 시장의 자연 조절 기능으로 봐야 하는 것이지요. 실업이 있어서 가격 조절이 나타나고,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렴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입장입니다.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인기가 없거든요. 경제가 나빠진다고 사람들이 느끼면 그만큼 정치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결국 인위적으로 실업을 낮추고 싶어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연 조절 기능을 기다리기에는 정부의 인기는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쉽게 유혹에 빠지는데, 그 유혹이라는 것이 바로 화폐적 개입입니다. 즉 돈을 찍어내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유혹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할까요? 회사는 TV 1대 가격만큼만 월급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고, 이 TV 1대 가격이 100만원이라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에 반하여 구직자는 110만원으로 임금을 요구한다고 보겠습니다.
회사는 100만원 즉 TV 1대 가격만 임금으로 줄 수 있다는 것이고, 구직자는 110만원 즉 TV 1대 가격에 +알파를 더 달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때 정부가 돈을 풀어내어 돈의 구매력을 낮추면 어떻게 될까요?
돈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요?
사회자 : 돈의 가치는 하락하겠지요.
그러면 상대적으로 자산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사회자 : 자산 가격은 상승하겠지요.
결국 TV 1대는 100만원이었는데, 정부의 돈 풀기로 이제는 TV 1대 가격이 110만원으로 상승합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에서는 어차피 TV 1대 가치만 제공할 의사였기 때문에 전에는 100만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110만원을 지불해도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돈이 흔해지면서 TV 1대 가격이 110만원이 되었으니까요.
그럼 구직자 입장은 어떨까요? 회사에서 제시하는 월급이 100만원에서 110만원이 됩니다. 그러면 구직자 입장에서는 ‘와~ 월급이 올랐다’하면서 좋아하고, 언뜻 생각해서 이를 수용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는 구직자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 이득이 늘어난 것은 아니고, 오직 명목상 즉 표시된 돈만 늘어났을 뿐입니다. 즉 자신도 모르게 눈높이가 낮아져 TV 1대라는 회사의 조건을 수용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구직자는 저하된 노동 조건을 받아들이게 되고, 기업은 월급 자체는 올려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가치는 올리지 않은 셈이지요. 게다가 정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업률이 하락하게 되니 실업률 부담과 소득 인상 요구를 충족시켜서 사람들의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화폐를 풀어내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 방법은 저항도 덜할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실업률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문제는 이 과정이 반복되면 물가라는 것은 계속 올라가게 된다는 점입니다. 실업이 높아지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그러다가 또 실업이 높아지면 또 다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물가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계속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라는 것은 화폐적 현상에 가까운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물가상승율을 반영해서 월급을 책정하고 하고 있지요. 그러면 물가가 오른다 해도 월급도 그만큼 오르면 상관없는 것 아닌가요?
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해서 월급을 올리면 서로 상쇄되니 별 문제가 없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물가상승율이라고 하는 것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고려하는 물가상승율은 과연 어떤 것의 물가를 말하는 것일까요? 모든 물건의 가격 변동을 말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특정 물품의 가격 변동만을 말하는 것일까요?
예를 들면 그동안 자산 중에서 가장 높게 상승한 것 중에 아파트가 있습니다. 국회 국감 자료 중에 보시면 2006년 7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즉 3년 동안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의 평균상승률은 22.6%라고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우리가 말하는 물가라는 것에 포함이 되어 있을까요, 안되어 있을까요? 만약 포함해서 물가상승률을 계산한다면 우리의 월급은 몇 %가 되어야 현상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적어도 지금 수준보다는 높아야 상쇄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국감 자료에서 같은 기간 서울 가구당 평균소득은 4.9%만 올랐습니다.
결국 우리의 월급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상승률은 특정 소비자물가에 관련된 부분만 나타내고 있을 뿐, 그 외 다른 자산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식료품, 주거비, 보건ㆍ의료비, 교육비 등 명목으로 지출하는 489개 항목의 가격변동이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 포함되지만, 특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 중 주택 가격에 대해서는 소비가 아니라는 이유로 물가상승률에 반영이 안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화폐를 늘려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은 높은 반면, 우리의 월급을 조정할 때 사용하는 물가상승률 간의 갭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그만큼 월급은 오르는 것 같은데, 월급의 실질가치 상승은 자산가격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돈은 많이 버는 것 같은데, 그렇게 벌어들인 돈이 구매력이 낮은 돈이기 때문에 생활 수준은 별로 나아진 것 같지 않을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화폐를 풀어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되어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전에 비하면 월급은 많이 올랐는데, 내 생활은 항상 이 모양이라고 이야기 하게 되었고, 이는 조금 과장되어 있긴 하지만 매우 통찰력 있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사회자 : 실제로 화폐 가치가 많이 하락했나요?
돈이 금에서 해방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화폐 구매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조사한 외국의 논문이 있는데요. 내용은 1972년부터 1999년 기간 동안 세계 102개국의 화폐 구매력이 얼마나 떨어졌는가를 측정한 것입니다.
화폐 구매력이 90% 이상 감소한 국가가 60개국 약 60%였습니다. 그리고 75~90% 감소한 국가가 27개국이었고, 50~75% 감소한 국가가 15개국이었습니다. 즉 90% 감소한 국가가 60%이고, 50% 이상 즉 화폐 가치가 반토막 난 국가가 102개국 즉 100%였습니다.
화폐 발행이 얼마나 느슨하게 관리되며 늘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그만큼 통화량이 늘어난 것에 따른 재분배 또한 심해진 것이고, 소득의 재분배도 그만큼 심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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