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과 뻥튀기

2010. 3. 18. 21:24푸른복지/복지와 경제

사회자 : 지금까지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경제적 변동 등에 대하여 알아봤는데요.

그럼 이번에는 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공급되는지 들어보겠습니다.

돈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확대되는지 알아야 우리도 나름대로 대응할 수 있겠지요?

 

옛날에는 돈하면 금을 떠올리던 때가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돈’하면 흔히 ‘화폐’를 떠올립니다.

세종대왕님 그려진 1만원 지폐 그리고 학이 그려진 500원 주화 등을 떠올립니다.

왜냐하면 돈 했을 때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이란 것이 지폐와 주화가 대다수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돈’하면 화폐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누군가 통화량이란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우리는 그냥 쉽게 돈의 양 즉 화폐의 양을 이야기하는가보다 하면서 쉽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고 그냥 일하면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통념일 것입니다.

 

그런데 통화량이라는 것은 통념과는 매우 다른 개념입니다.

즉 화폐의 양이 아닌 것이지요.

만약 통화량을 그냥 화폐의 양이라고만 생각하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개념을 알고 매우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맨 처음 듣고, ‘에이 거짓말이지?’하며 의심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경제학 전공하신 분에게는 매우 당연한 개념일지 모르겠지만,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의 입장에서는 꽤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 개념입니다.

 

일단 통화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 돈이 어떻게 흘러서 우리에게 전달되는가 즉 통화 전달 경로에 대한 것이고,

둘째, 돈이 어떻게 확대되는가  즉 지급준비율의 개념에 대한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먼저 살펴본 다음에 통화량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사회자 : 일단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통화 전달 경로부터 살펴볼까요?

 

일단 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폐는 시중은행에 싼 이자로 대출해 줍니다.

이때 적용하는 금리가 중앙은행의 재할인율이라 하는데, 그냥 쉽게 기준금리 수준으로 빌려준다 식으로 개괄적으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일단 여기까지가 1단계입니다.


이렇게 중앙은행으로부터 싼 이자로 돈을 빌려온 시중은행은 여기에 이자를 덧붙여 비로소 우리에게 대출해 줍니다.

즉 화폐가 드디어 우리에게 공급되는 것이지요.

이 부분이 바로 2단계입니다. 


결국 중앙은행에서 시중은행이라는 1단계를 거치고,

시중은행에서 소비자라는 2단계를 거쳐 시중에 돈이 흘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쉬우시고, 대부분이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한 가지 개념이 빠져있습니다.

바로 지급준비율이라는 것입니다.

지급준비율이 들어오면서 통화량이라는 것이 결정적으로 우리의 통념과 달라집니다.  

 


사회자 : 그럼 두 번째로 지급준비율을 알아볼까요? 

 

보통 은행마다 지급준비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이 돈을 찾으러 왔을 때 지급해 주기 위해서 은행이 저축액의 일정 정도를 보관하고 있는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서 쉽게 설명해 볼까요?

제가 월급이 100만원이고, 이를 은행에 꼬박꼬박 맡깁니다.

그런데 제 한 달 생활비는 10만원이라서 매달 은행에 가서 10만원씩 찾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매달 100만원을 은행에 맡기되, 그 중에 10%만 찾아 쓰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은행은 ‘아~ 양원석이라는 사람은 100만원씩 맡기지만,

보통 한 달에 10만원 정도만 찾아가는구나.’하고 파악하겠지요.

 

그러면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에 고스란히 남게 되는 90만원이 아까워집니다.

‘90만원은 어차피 양원석이 찾아가지 않을텐데...

그러면 보통 평균적으로 찾는 10만원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른데 빌려줘서 이자 벌면 좋겠다.’하고 생각하고

일부분만 은행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대출 등으로 수익을 내는데 사용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저축하면 고스란히 은행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찾아가는 돈만 은행에 지급준비금이라는 이름으로 보관해 두고,

나머지는 대출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 때 남겨둔 돈이 지급준비금이고, 이 비율이 지급준비율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사회자 : 이제 첫 번째 통화 공급 경로를 살펴봤고, 두 번째 지급준비율을 알아봤으니,

이 두 가지를 더해서 통화량을 살펴볼까요? 

 

통화량 개념을 쉽게 이해하시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혹시 뻥튀기 아세요?

옥수수나 쌀 등을 넣어서 돌리고 돌리다가 아저씨가 “뻥이요!”하면서 작대기를 확 제끼면

뻥하고 연기가 나면서 옥수수나 쌀이 엄청 크게 커지는 것이요.


앞으로는 통화량 하면 바로 예전 우리가 자주 먹던 뻥튀기 기계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특히 중앙은행이 만든 화폐는 뻥튀기 기계에 넣는 옥수수라 생각하시면 좋구요,

시중은행은 뻥튀기 기계라 보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계에서 튀겨져 나온 뻥튀기는 바로 우리가 오늘 배울 통화량이라 보시면 됩니다.

 

 

자~ 지급준비율이 10%일 때 통화량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중앙은행이 100억을 만들어서 시중은행에 대출해 줍니다.

즉 옥수수를 뻥튀기 기계에 넣는 것이지요. 이것이 앞에서 배웠던 1단계입니다.

 

이제 시중은행은 100억 중에서 지급준비율 10%인 10억을 남겨두고 90억원을 시중에 대출해 줍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통념적인 통화량입니다.

 

 

그런데 이제 핵심이 나옵니다.

시중에 대출된 90억원이 시중에 풀리고 이 돈으로 사고 팔고 하다가

결국 90억원이 은행에 돌아와 저축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90억원이 은행에 들어오면, 우리는 통념상 은행은 나갔던 돈을 그냥 되돌려 받았구나 생각하게 되는데,

은행에서는 우리와 다르게 생각합니다.

은행은 이를 대출금 회수로 잡는 것이 아니라, 신규 자금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즉 90억원이 신규로 저축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이 90억원 중 10%만 남기고 나머지는 또 대출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90억원 중 10%인 9억원을 남기고, 81억을 다시 대출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81억이 시중에 풀려서 돌고 돌아서 다시 은행에 저축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할까요?

그러면 은행은 또 81억을 신규 저축으로 잡고, 81억 중 90%를 또 대출해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 돌리는 것입니다.

대출로 나갔다 저축으로 들어오고, 이 중 90%를 또 대출로 내보내고 저축으로 잡고...

 

마치 뻥튀기 기계 아저씨가 뻥튀기 기계를 계속 돌리는 것과 비슷하지요.

뻥튀기 아저씨가 돌리면 돌릴수록 뻥튀기가 뻥~ 하고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지요. 

 

 


사회자 : 개념을 잡았으니, 그럼 이제 금융 용어로 정리를 해볼까요? 

 

정리하자면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1억만 줘도 지급준비율이 10%라고 한다면

결국 시중은행에서 대출, 저축, 대출, 저축의 형태로 돌고 돌아서 최대 10억까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대단하지요?

 

즉 중앙은행이 통화를 공급하면, 실제 시중에는 최대 9배가 더 늘어날 수 있고,

최초 공급된 통화까지 포함하면 최대 10배로 통화량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옥수수를 넣어서 뻥튀기 기계로 돌리면 최대 10배까지 커진다는 이야기와 비슷한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뻥튀기를 돌리는 과정을 신용창조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이 때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통화를 본원통화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본원통화를 통해 대출이 이루어지면서 돌고 돌아 뻥튀기 되는 통화를 파생통화, 광의통화, 신용통화라 부릅니다.

 

 

특히 신용이라는 단어를 집중해서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신용 하면 보통 신뢰의 동의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지요.

그런데 미국에서 신용의 위기라 할 때 이 신용의 의미는 신뢰의 의미도 있지만,

앞에서 살펴본 신용통화 즉 본원통화로 만들어낼 수 있는 파생통화인 신용

즉 Credit의 문제로 보시는 것이 더 상황을 잘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됩니다.

 

즉 미국이 겪고 있는 문제는 뻥튀기가 되지 않는 파생통화 즉 신용창조가 안 된다는 의미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사회자 : 그러면 통화량을 측정하는 M1, M2 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우리가 경제 신문을 보다 보면 가끔 나오는 M1, M2 다 뭐 이런 용어 있지요?

저는 우리가 경제학자가 될 필요가 없으니, 그냥 개괄적으로 이해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냥 쉽게 M1 그러면 그냥 뻥튀기 기계에 넣기 전인 옥수수

즉 본원통화 쯤을 이야기하는가 보다하고 쉽게 이해하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M2는 옥수수를 통해 뻥튀기 시킨 것

즉 파생통화, 광의통화, 신용통화 쯤을 이야기하는가보다 하고 쉽게 이해하셔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공부했던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은

본원통화에 관련된 것일까요 아니면 신용창조를 거쳐 만들어진 파생통화, 신용통화와 관련된 개념일까요?

 

 

사회자 : 시중에 풀린 것이 중요할테니, 파생통화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 더 직접적이라 봐야겠지요.

 

예. 그렇지요.

어차피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은 시중에 풀린 돈에 관련된 내용이므로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바로 본원통화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파생통화, 신용통화까지 봐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