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경제읽기 :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2010. 1. 29. 10:00푸른복지/복지와 경제

출연: '양원석의 초보경제읽기' 저자 양원석



사회자 : 지난 주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볼까요?

지난 주에 공부한 통화량 즉 돈의 양에 따라 발생하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개념이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말씀드리는 내용은 이것과 연결되는 내용이니, MBN 홈페이지에서 DMB 라디오 다시 듣기를 이용해서라도 꼭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해볼까요? 우리는 물건의 많고 적음으로 가격이 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요인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물건의 많고 적음으로 보는 것 대신,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가격을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이란 돈이 많아져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물건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지겠지요. 반대로 디플레이션이란 돈이 적어져서 돈이 귀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물건 가격은 싸지겠지요. 즉 돈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작년 돈이 한참 귀했을 때에는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중 어떤 단어를 많이 들으셨나요?
사회자 : 디플레이션
예. 디플레이션이었습니다. 즉 돈이 귀했던 시절이지요. 시중에 돈이 말랐다는 뉴스가 계속 나왔지요. 이렇게 돈이 귀해지니까 자산 가격은 어떻게 되었지요? 예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올해 여름 지나면서는 어떤 단어를 많이 듣고 계시나요?
사회자 : 인플레이션
예. 엄밀히 말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감입니다. 즉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마구 쏟아내고, 사람들은 돈이 많이 풀렸다고 생각하니 인플레이션 우려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 것이지요. 물론 실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대신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은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돈이 너무 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확산되니까, 상대적으로 자산 가격이 오를지 모른다는 우려도 함께 나타나고 있는거죠.
실제로 요즘 뉴스에서 다루고 있는 금과 오일이 이러한 인플레이션 우려감에 더하여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되면서 오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금은 온스당 1100달러(1년 전 700달러대에서)를 넘어섰고, 국제유가 또한 80달러 대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지요.
그런데 반면 많은 돈을 풀어낸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달러 인덱스로 보면 1년 내 최고 90정도까지 찍었는데, 지금은 75정도로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정리해보면 돈을 많이 찍어내니 돈의 가치가 90에서 75정도로 하락했고, 이처럼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 상대적으로 주식, 자산, 특히 금, 오일 등 가격이 오른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물론 경기 회복 기대감에 의한 면도 있지만, 통화량이 늘었다는 점이 이러한 가격 들썩거림에 큰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결국 디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을 돈의 양 즉 통화량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보다 쉽게 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사회 : 그럼 여기에서의 전제는 돈의 양이 줄었다 늘었다 한다는 점일텐데요. 돈의 양이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만약 지금 만 원짜리 지폐를 가지고 한국은행에 가서 ‘가치 있는 것으로 교환해주세요.’하면 한국은행은 무엇으로 바꿔줄까요? 아마 천 원짜리, 오천 원짜리로 바꿔줄 뿐 가치 있는 것으로 바꿔주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1달러를 가지고 중앙은행에 찾아가면 무엇으로 바꿔주었을까요? 바로 금으로 바꾸어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금이 있는 만큼 돈을 찍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돈이라는 것이 가치 있는 실물과 연동되어 움직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사람이 아무리 돈을 찍어서 늘리고 싶어도 금의 양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의 영향력이 별로 개입할 여지가 적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지금은 금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그냥 돈을 무한정 찍어내도 되는 시스템입니다. 즉 실물가치와의 연관성을 끊어버린 것이지요. 미국도 마찬가지,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각 국은 돈이 필요하면 정말 말 그대로 인쇄기로 찍어내도 되는 시스템이 지금의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에 문의해보시면 이론적으로 통화가 필요할 경우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돈의 양 이를 흔히 통화량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전적으로 사람의 영향력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예전에는 금이 있는 만큼 찍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마구 찍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니까요. 결국 사람이 돈의 양을 좌우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돈이라는 것이 그냥 찍어내도 되는 존재가 된 것. 이것이 돈의 양이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는 근본 이유입니다.

사회 : 돈이 사람의 영향력 안에 있다는 이야기는 돈 찍는 사람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이를 이용해서 많은 돈을 벌수도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한 가지 상상해 볼까요? 아폴로라고 아세요? 예전 학교 다닐 때 문방구에서 사 먹던 빨대 안에 담겨있는 식품... 그게 제 기억으로는 1개당 1원이었습니다. 그래서 100원이면 100개를 받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한국은행이 돈을 마구 찍어낸다는 정보를 제가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 뻔하니, 저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아폴로 1000개를 미리 사 놓습니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기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이후 실제로 한국은행이 돈을 마구 찍어내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 아폴로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맛도 포장도 하나 변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르겠지요. 이전에는 100개가 100원이었는데, 이제는 200원이 되었습니다. 2배로 뛰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미리 사놓은 1000개의 가격은 이제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바뀌었지요. 앗싸! 저는 룰루랄라 하면서 아폴로를 팔아 1000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 노동도 하지 않고 그냥 화폐에서 물건으로, 물건에서 화폐로 자리만 바꾸었는데 화폐 가치의 변동 정보를 이용해서 수익을 얻게 되었습니다. 단지, 돈의 양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정보만으로요.
제가 여기에서는 아폴로의 예를 들었지만, 아폴로 대신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이 지금 너무나 많습니다. 자산, 상품 등등 많이 있지요.

그래서 돈의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돈의 양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알기만 해도 경제 흐름의 큰 그림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될테니까요.


사회 : 그런데 돈이 많아진다는 것과 부가 많아진다는 것은 같은 단어일까요?
돈이 많아지고 적어지고에 따라 물건 가격이 달라지고, 이 변동성의 기회를 잡아서 돈을 버는 것은 과연 부를 총량이 늘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부의 총량은 달라지지 않은 것일까요?

돈이 많아져서 명목상 즉 표시된 금액은 많아진 것 같지만, 그만큼 물건 가격만 올라간 것이지요. 이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생산물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부의 총량은 늘어난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돈이 늘고 줄고 하는 사이에 물건 미리 사놓고 가격 변동에 따라 돈을 많이 번 것은 부의 창출이 아닌거죠. 다만, 부의 재분배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경제가 성장했다고 할 때는 흔히 생산물이 증가하고 부가 증가하는 것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앞에서 말한 통화량 변동에 따라 아폴로를 비싸게 팔아 돈을 버는 것은 생산물 증가, 부의 증가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는 부의 재분배에 속하는 것입니다.

즉 돈이 흔해질 줄 알고 미리 아폴로를 사 놓은 사람은 아폴로를 사먹는 사람의 부를 더 획득한 것이지, 생산을 늘려 부를 늘린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돈이 흔해질 줄 모르고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아폴로를 비싸게 사 먹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부를 더 이전시킨 셈이 되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보면 돈이 많고 적어지는 변동성이 커지고, 여기에 올라타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 속에서 부의 창출은 없고, 부의 재분배만 매우 크게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심화되면 결국 부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