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턱없다.

2013. 7. 29. 21:43살며 생각하며

많은 이가 열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열매만 탓한다.

하지만 열매가 문제일까?


토양과 뿌리, 줄기, 잎과 같은 기본이 바로 서있다면,

열매는 자연스럽게 맺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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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앞에 흔들리는 촛불 같은 사회사업이 안타깝다. 


사회사업보다 정치권에 매달리는 토양이 안타깝고,


사회사업 가치보다 기술에 매달리는 토양이 안타깝고,


사회사업 철학보다 처세에 매달리는 토양이 안타깝고,


사회사업 분야보다 타 분야에 기웃거리는 토양이 안타깝고,


사회사업 핵심인 공생관계보다 물질자본에 열광하는 토양이 안타깝다. 


사회사업 기본을 소홀히하는 토양이 안타깝다.


사회사업 기본이 강풍에 무참히 흔들리는데,  

기본은 외면한 채 열매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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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현재 사회사업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사회사업이 무엇인지 모른 채 실천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사회사업이 무엇인가?"


마음을 다해 묻는다.

틀린 답이라도 좋으니 말해주기를 바라며 묻는다.

하지만 대답은 은유가 넘친다.


'사랑', '나눔', 희망', '따뜻함', '변화', '함께함' 등과 같이 은유적으로만 설명할 뿐,

조작적으로 정의 내리고 설명하는 경우가 드물다.  


실천은 하면서도, 무엇을 실천하는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셈이다. 


최소한 실천하려면 틀린 정의라도 있어야 할텐데...


틀린 정의도 없이 실천하면서

어찌 잘 되기를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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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좌절스러운 것은 

스스로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것조차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을 행하고, 

스스로 알지 못하며 행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면

스스로 위기를 만드는 셈이다.


스스로 만든 위기는 하늘도 돕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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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요즘 들어 이런 마음을 왜 더 심하게 품는가?

이런 현실을 몰랐던가?


다 알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 현실을 처음 대면한 마냥

왜 새삼스럽게 이런 저런 생각하고 있을까..


행여 내가 품고 있는 기대가 높아진 것은 아닌가 돌아본다.

기대가 높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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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부분에서 한참을 멈췄다.

이제야 어렴풋이 정리한다.


평상시 나 죽기 전에는 

사회사업 기본이 바로 서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100년 후에는 이루어지리라, 

나 죽고 난 다음에는 사회사업 기본이 바로 서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읊조렸다. 


그러므로 나의 사명은

나를 디딤돌로 내주는 것이라 여겼다. 


다음 사람이 사회사업 기본을 세울 디딤돌...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다. 

100년은 턱없이 짧아 보인다. 


디딤돌.. 나의 기대가 너무 컸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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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디딤돌은 나의 사명이 아니다. 


디딤돌 놓을 터.

그 터에 생긴 커다란 구멍을 채울 작은 돌 하나.

이 작은 돌이 내 사명인 것 같다.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커졌나 보다. 


현실에 맞게 더 작게 해야겠다. 

더 조그맣게 해야겠다. 

지금까지 너무 크게 했다.


다만.. 더 길어진 여행길이니... 

마음은 더 천천히, 더 여유롭게, 더 느슨하게... 

그래야 지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