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과 싸우지 마라

5. 전쟁의 두 가지 흐름 2 - 세분화

1등과 싸우지 마라.

 

 

적이 강성하면 충돌을 회피한다. 

손자병법 시계편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머릿속 폴더를 점령하는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덴티티를 설정하는데 있어 과연 어떠한 영역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머릿속 영역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대부분은 현재 자신이 속한 영역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영역의 1등이 누구인지 확인합니다.

왜냐하면 1등을 끌어내리고 내 자신이 1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1등과 싸우려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1등과 싸우지 말기를 권유합니다.

1등과 싸워 이기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어려운 일이 아니라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왜냐구요? 먼저 1등을 끌어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후발 브랜드의 경우 시장에서 1위가 되기 위해 가격을 낮추거나, 지나친 경품을 제공하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브랜드의 경쟁우위가 떨어지니 다른 요소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1위 브랜드는 다릅니다.

브랜드의 경쟁우위로 인해 다른 요소에서는 출혈하지 않아도 경쟁할 수 있습니다.

결국 2위는 브랜드의 열세를 보완하기 위하여 1위보다 더 많은 출혈경쟁을 벌입니다.

이런 경우 경품을 제공하는 등 출혈하면 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경품행사가 끝나버리면 다시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되면 지속적으로 경품을 제공할 수밖에 없게 되고 점유율은 높아져도 정작 수익성은 악화됩니다.

수익이 줄어들면 바로 자금압박으로 이어져 스스로 자멸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것이 시장 후발주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입니다.

즉 브랜드의 열세를 다른 자원을 투입해서 보완해야 하는데 이것이 출혈로 이어져 지속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 영역의 1등 즉 폴더에 확고히 자리 잡은 브랜드는 견고한 법입니다.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머릿속 영역에 자리 잡은 브랜드를 바꾸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굳이 바꿀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폴더 내 브랜드를 바꾸기 위해서는 인식을 변화시키는 불편하고 힘든 작업을 해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겠지요. 
즉, 지금까지 아무 불편 없이 콜라는 코카콜라를 먹어왔는데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고 해서 굳이 새로운 것을 맛봐야 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행여 새로운 콜라가 경품을 많이 제공하면 한 번 먹어볼까 하여 먹기도 합니다만,

행사가 끝나면 또다시 머릿속에 있는 콜라를 꺼내 선택합니다.

따라서 1등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복지의 경우에는 도덕적 문제까지 포함됩니다.

복지는 경쟁과 거리가 먼 개념입니다.

경쟁보다는 좋은 사업이 있으면 빨리 공유해서 더 아름다운 세상 만드는 역할을 기대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사회복지사는 날개만 없지 천사라고!

그런데 시민의 인식에 반하여 복지기관끼리 경쟁하는 모습이 비춰지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OO복지기관이 □□복지기관과 경쟁한다고 하면 지역주민은 어떻게 볼까요?

아마 밥그릇 싸움으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더욱 경쟁이 심해지면 ‘세금 가지고 쓸데없는 짓하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돈이 되니까 저렇게 경쟁까지 하는 것 아닌가’싶어 복지에 대하여 색안경을 끼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경쟁에서 승리한 복지기관은 당장 좋겠지요.

하지만 이는 근시안입니다.

개별 복지기관은 이득을 볼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복지계에 대한 시민의 배신감과 환멸감은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복지기관의 존립기반은 복지계입니다.

자기 카테고리가 환멸을 받는데, 카테고리에 속한 개별 기관이 한 없이 칭찬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복지계가 무너지면 승리한 개별 복지관도 치명상을 입게 되어 있습니다.

복지관끼리 경쟁한다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입니다.

지역주민이 세금을 주면서까지 존재시켜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만드는 자해행위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1등의 자리를 끌어내리고 우리가 1등이 되겠다는 전략은 사회복지에 적절하지도 않고, 옳은 방식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1등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로부터 기억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1등과 싸우지 않으면서 1등이 되는 길을 찾으면 됩니다.
자! 이제부터 1등과 싸우지 않으면서 1등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 보겠습니다.